단편 소설 - 체온 농도 짙은 푸르스름한 기운의 새벽녘. 그 새벽녘을 타고 흐르듯 다가온다. 익숙한 느낌들. 난 누워 있는 채로 천천히 눈을 떠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바라본다. 가느다란 새벽녘 빛으로 가늠할 수 없는 그림의 윤곽들. 하지만 이미 알고 있기에 천천히 더듬고 더듬어 그림에 이미지를 내 머릿속에 그려낸다. 군데군데 하얗게 칠이 벗겨진 오래된 나무 액자틀 안에 겨울강가의 풍경이 차갑게 그려져 있을 것이다. 그림 중앙 깊게 자리 잡은 짙은 검푸른 강. 강 한가운데 길고 작은 조각배. 그 안에 화사한 붉은 색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 강가의 주위를 둘러싼 앙상히 젖어 있는 자작나무들. 그 황량한 그림 속에 모습들이 내게 스며든다. 오늘의 아침은 나를 이렇게 깨워야만했다. 12월 16일 소파에 다리를 가슴 가까이 끌어안.. 더보기 이전 1 ··· 90 91 92 93 94 95 96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