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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D/Story

단편-이별

'쨍' 하고 깨진 유리병. 내 머리 옆으로 던저져서 산산히 부서진다

가늘게 파편들이 날리고 선홍색 핏방울 속에 끈적하게 엮겨 뺨에 흘러내린다

화가 나 씩씩 거리는 그녀가 다른 던질 것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분노에 가득차서 어쩔 줄 모르는 손으로 와락 책을 집어 던진다

'퍽'하고 휘날리는 책. 내 가슴팍을 맞고 펄럭 떨어진다

방황하는 그녀의 손을 다가가 꽉 움켜잡고 직접 가슴팍에 올려 놓아줬다

'두.두.툭..툭..퍽퍽..' 미약하게 시작된 투닥임이 거친 주먹이 되어 꽂힌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지쳐갔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마냥 씩씩 거린다

아픔들은 길지 않다

베이고 멍들고 숨이 막힐지라도 순간일 뿐. 그뿐이다

씩씩거리는 그녀를 버려두고 현관의 짐가방을 집어 문을 나섰다

'끼익... 철컹' 문은 천천히 열리고 거칠게 닫겼다

뺨에 굳은 피를 손으로 털어내다가 유리조각이 다시 손에 박힌다

'또옥...똑' 깊숙이 박힌 유리조각 사이로 피들이 몰려나와 떨어진다

한참을 바라 본 피도 굳어 하나의 점처럼 검고 딱딱하게 굳어간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10년 짧디 짧고 길고 긴 세월. 짧디 짧은 싸움들과 길고 긴 원망들 사이를 뚫고 우리는..그녀와 그녀는 헤어지기로 했다

일방적인 통보지만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이별이었기에... 그녀와 그녀는 헤어지기로 한것이다

맑은 하늘. 강렬한 태양.

뜨겁게 달구어지 길을 맨발로 걸어 어디론가로 향한다

그녀와의 삶으로 나의 삶은 맥없이 흩어졌다

부모님도 친구도 그 무엇하나 용납하지 않았던 그녀의 한없는 사랑에, 나의 사랑도 뭉쳐져 더 큰 사랑에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그녀와 그녀

둘은 행복할 줄 알았다

행복은 한 없고 사랑은 변함이 없다 간절히 매달리며 믿었다

믿음만큼 그녀와 그녀는 다 틀어박혀 둘은 둘일수도, 하나일수도 , 아무것도 아닐 수도 없었다

그녀와 그녀. 둘은 함께여서 아무것조차 될 수 없었다

그 무엇도.

그녀와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 아픔들은 길지 않다. 순간일뿐.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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