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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D/Story

단편-백화

생각없이 사는 사이 모든 것들이 과거가 되어갔다.

학교, 친구, 사회, 가족.... 혼자서 늙어 방 한칸짜리에서 개 한마리 껴안고 외로움으로 부들부들 거릴 것을.

늙어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은 거짓이다.

분명 늙어늙어 백화가 되도록 혼자일거라 느끼고 있었다. 산다는 건 바쁘던 바쁘지 않던 다 변명으로 세월을 보내는 그런 것이다.

열심히... 더 열심히..빌어먹게도 열심히... 그러다가 알맞게 죽는 것을.

 말을 하면서부터 눈치를 보면서부터 손 안에 들어 오는 것을 전부 움켜쥘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방 한 칸구석에서 무엇이 되어 꿈틀될지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얗게 백화되길... 구더기의 도움으로 꿈틀되길...

눈이 감긴다.

개는 밥그릇 속 사료를 게걸스럽게 삼킨다.

먹어야 한다. 개처럼. 살기위해 먹어야 한다.

피곤으로 배고픔을 잊는다. 누워 개가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본다.

가물가물..

시선이 뿌옇게 흐려진다. 눈을 감고 잠시 쉬어야 한다.

어쩌면 구더기 꿈을 꾸며 영원히 잠 들 수 있겠지만...

오늘은... 왠지 오늘은 아닌 것 같다.

눈을 감는 순간 개가 나를 향해 짓는다. 무섭게 ... 격렬히 무섭게...

눈은 아주 피곤하고 공기도 희박한 시간에 잠시 쉬어가길 청한다.

오늘은 ... 아닐거라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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